살신성인(재난의 현장에서) 2011-03-15 22:10:16  
  이름 : 선명수  (220.♡.11.224)  조회 : 576    
3월11일 오후2시45분경, 나는 교회 아래층 형광등을 바꾸어 달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불이 꺼졌다 들어왔다 하여 안전기가 이상이 생긴거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으로 바꾸어 달고 있었다. 그때였다. 건물이 흔들렸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정도는 늘상 있었던 지진이었기에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점점 심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른 손을 거두고 교회 주방으로 달려갔다. 건물이 무너지더라도 바깥부분에 서 있으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슬리퍼를 신은채로 교회 주차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비틀비틀 담벼락을 붙들고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다. 그런 가운데 교회 지붕의 기왓장이 바삭바삭 망가지는 광경과 건너편의 대성여자고등학교 작은 교육관의 건물 귀퉁이가 무너지는 것을 눈으로 목격하였다. 순간 눈을 감고 기도하였다. "주님! 이대로 일본은 끝나는 것입니까? 참으로 오랫동안 참으셨다고 생각합니다만 바로 이때입니까? 하지만 하나님 긍휼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모든 게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20년을 넘게 일본에 살면서 크고 작은 지진을 수없이 겪으며 살아왔지만 이런 규모의 지진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 니이가타 지진, 아이티 지진, 중국 사천성 지진, 이런 것은 남의 나라, 남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그것은 우리의 일, 나의 일이었다. 우리가 이것을, 내가 이것을 경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오늘은 3월15일, 나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고 이제는 원전폭발로 방사능의 공포까지 겹치고 있다. 뉴스와 인터넷을 보면서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본다. 동경의 동료 목사님의 교회는 성도들이 거의 한국으로 귀국하였다고 한다. 우리 교회 성도들도 몇 사람이 한국으로 귀국하였고 또 귀국길을 서두르고 있다. 방사능의 피해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지만 남은 성도들이 걱정된다. 특히 비자가 없어서 귀국할 수 있는 선택권조차 없는 성도들이 안스럽다. 한편 신문에서 한편의 감동드라마 같은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선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된다. 20대 중반. 꽃다운 나이의 여성이 쓰나미가 오던 와중에도 마을사람들을 위해 대피방송을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난민대피소 생존자 명단에 없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이었다. “빨리 도망쳐 주세요. 빨리 도망쳐 주세요.” 대지진이 강타한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마을. 이 마을 동사무소 위기관리과 직원으로 일했던 미키(未希·25)씨는 쓰나미로 검은 파도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던 순간까지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번 쓰나미로 이 마을 주민 1만7000명 중 절반이 넘는 1만 명이 실종됐다. 미키씨가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주민이 실종됐을 터였다. 살아남은 한 동사무소 직원(33)은 “지진이 발생하고 약 30분이 지난 뒤, 높이 10m에 이르는 해일이 동사무소를 덮쳤다”고 했다. 바로 그 순간까지 미키씨는 대피방송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미키씨가 남아 방송을 하던 방재 대책 청사는 순식간에 붉은 뼈대만 남았다.
미키씨의 소식을 접하면서 선교사로서,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가진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담임목사를 믿고 의지하는 성도들의 보호자로서 나의 할 일을, 나의 갈 길을 다 마치겠노라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재난의 현장에 있지만 이 재난은 절대 무의미한 재난이 아닐 것을 믿는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 중에 무의미한 일은 지금까지 있었는가? 보았는가?  문득 이 말씀이 생각난다. "보라 여호와의 노여움이 일어나 폭풍과 회오리 바람처럼 악인의 머리 위에서 회오리칠 것이라 여호와의 진노는 그의 마음의 뜻한 바를 행하여 이루기까지는 돌이키지 아니하나니 너희가 끝날에 그것을 깨달으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그때에 내가 이스라엘(일본) 모든 종족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렘30:23-24, 31:1) 재난의 끝을 놓고 기도하지만 다만 하나님의 뜻이 먼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정말 이 기회를 통하여 일본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2011. 3.15. 오후10시 목양실에서 묵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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